자작시/작은 시집 1
해바라기
강복주
2022. 3. 31. 12: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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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바라기
강복주
어린 날에 쫓아갔던 해는
해바라기를 키워주었지만
다 큰 해바라기는
해를 보지 않고도 살아갑니다
밤에 180도 꺾어 다시 동쪽을 준비했던 몸은
이제 동쪽도 서쪽도 아닌 자기 길을 가고
해바라기가 해를 보지 않음은
원망이 아니라
따라다닐 동안 비춰진 빛을 마시고
제 몸 가득 햇살을 펼쳤기 때문입니다
해바라기는 이제 해만이 아닌 하늘을 봅니다
그 하늘에는 해도 지나가고 바람과 구름도 지나가겠지요
따뜻한 봄날 끝나도
해바라기는 씨앗만큼 많은 햇빛을 받으며
어린 날 움직인 만큼의 키로 자라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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