강복주 2022. 3. 26. 12:0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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냉장고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강복주

 

차게 굳은 몸

큰 몸체가 부엌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

바깥으로는 열을 풀풀 풍기며

속으로는 꽁꽁 얼어있는 그 속에

누군가가 들어오길 바랬지만

죽은 것 밖에는 들어오지 않았다

 

가끔 누군가가 문을 열면

자신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냉기만 풀풀 날리고

닫은 문 안에서 항상 그대로였다

 

굳혀버리기만 하는 자신을

겉으로는 열을 내며 안으로 차가운 자신을

꾹 닫으며

 

따뜻함을 포기했을 때는

이윽고 정전이 되었을 때

온몸이 따뜻해져

몸 안의 반찬을 포기했을 때였다

 

욕심으로 정지한 생이 상해가고 있었다

자신의 차가움이 식사를 책임지고 있었다

 

그 자체로 정이 담긴 차가움을 풀풀 날리며

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못 했을 때

냉기가 반드시 필요함을 알았다

다시 불이 켜지기를 바란다

마음껏 차가울 수 있도록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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