강복주
2022. 3. 25. 12:03
반응형
숯
강복주
새까만 숯이 옹기종기 모여앉아
거실의 습기를 쪽쪽 빨아들인다
신선한 힘!
단단하고 쾌청한 그에게도
생기 잘린 시기는 있었다
주변이 다 재로 변해가도
화염 속에서
꿋꿋이 스스로 꽉 동여맸다
다시 타오를 날을 꿈꾸며 죽어버렸다
검은 얼굴로
이제는 풀 흔들리는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 못 듣지만
집안 한 귀퉁이에서 아름다운 균열을 뽐내며
거실을 지키고서 곰팡이 하나 야금야금 먹는다
오손도손 모여 액을 쫓는다
반응형