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작시/진주를 비추는 횃불
숟가락 젓가락
강복주
2022. 12. 18. 12:0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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숟가락 젓가락
강복주
숟가락은 머리가 크다
젓가락은 호올쭉하다
다른 긴 것들도 울퉁불퉁
많기도 하겠지만
둘은 대부분 짝꿍이 되어
손님이 5명이 오면
5쌍이 조로록 앉아있다
숟가락은 어느 날
티비를 보다가 자신의 머리를 땅
내리치며 내 머리는 너무 커!
좌절했다
젓가락은 자신의 머리도 땅
내리치려 했지만 소리는 크지 않았다
나는 소리도 크지 않아!
그러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
젓가락은 내 부하야. 부하답게 행동해.
숟가락의 말
숟가락 없어도 나는 뭐든 집어 먹을 수 있어. 숟가락이 뭐가 필요해?
젓가락의 말.
숟가락은 국을 떠먹으며 뒷꼬리로 퉁 젓가락을 치고
젓가락은 외국식으로 후루룩 후루룩 그릇을 든다
내 머리가 크니까 국을 쉽게 먹는구나,
내가 얇으니까 다 먹을 수 있어도 불안하구나.
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야
둘은 서로를 보고
덜그럭, 멋쩍게 웃는다
엄마가 외친다.
다음엔 좀 조용히 먹어라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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