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작시/갑각류
고무 타이어
강복주
2022. 7. 30. 12:2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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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무 타이어
강복주
고무는 우리와 맞닿아있다
요구하는 대로 몸을 굽힌다
친절한 카페직원처럼
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
유연하게 받아들인다
거치른 땅, 아프게 깎여가면서도
말없이 울고 바뀌어나가는
저 고무 타이어
차의 가장 밑에서
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
거치른 땅의 균열 하나에
펑,
바람이 피시식 빠진다
나무나 철이 하지 못할 유연함에
탄성 지르던 그때엔
한 줄 길따라 푹신한 흙이 마차를 감쌌는데
어느새 이토록 다양하게 거칠어졌을까
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
거치른 땅도 이제
포장될 때가 되었다
길다운 길이 될 때
타이어도 비로소 굽히는 보람이 있다
모든 것이 쌩쌩 달린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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