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작시/갑각류

인형뽑기 인형

강복주 2022. 6. 30. 12: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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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형뽑기 인형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강복주

 

 

동물을 닮은 수많은 헝겊들

따뜻한 만큼 오랫동안 먼지를 껴안아

다 큰 어린이가 다가가면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

푹푹 먼지가 일어난다

옛날의 기억을

동글동글한 눈동자로 마주보는 인형

사촌오빠가 1000원으로 수십 개씩 뽑아왔다던,

그 형제들이 이제는 누구를 주지도 못하고

서랍장 위에서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

인형의 엑스트라가 빛 볼 일 없었던 것은

다 큰 어린이가 되어 슬프게 느껴진다

그 중 한 명을 쓸고 닦아 침대 위에 놓아보았다

나름대로 어설프게 웃어본다

나머지는 버려야겠지, 어린이의 과거처럼

그래도 아직까지는 기억처럼 쌓아놓는다

엑스트라도 친구를 바라본다, 내일이면 한 명을 더 닦을지도 모른다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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