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작시/작은 시집 1

물방울도 익어 가는가 봅니다

강복주 2022. 5. 18. 12:1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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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방울도 익어 가는가 봅니다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강복주

 

 

물방울이 친구를 만나려 마중 나온

어느 호수의 저녁밤

 

좋은 친구, 나쁜 친구 다 만나려

온통 쏘다니는 통에

몰려다니며 후두둑 후두둑

번쩍번쩍 광란의 밤

 

밤송이인지

물방울인지

억세게 몰려다니지마는

차 지나다니는 길

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

장난에

미간을 찌푸린 기사님에게

물방울은 그래도 친구를 하자고 내려와 똑똑 두드립니다

 

차는 밀고 나가 사라지고

또 다른 차가 밀고 나가

사라지고 또 다른 차가

 

시간은 길고 짧아 고슴도치처럼 변하고

메마른 낮의 시간

드넓은 호수가 반짝이고

그 때의 물방울이 그 때의 물방울이 아닌 것처럼

물방울을 보러 온 사람들이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

 

똑똑 두드릴 때는 꽉 닫겨 쌩 지나갔던 차가

조용히 앉으니 멈추어 섭니다

물방울은 조용히 떠올랐습니다.

물안개가 아름답습니다

물도 익어 가는가 봅니다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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